🐬두 여성 행동생태학자가 들려주는 돌고래 이야기

글: MARC(Marine Animal Research and Conservation, 장수진&김미연)

제주도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우고 익혔던 스킬은 육지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찾아 행동을 관찰하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연구에서 요구되는 사진을 찍고, 행동을 오류 없이 관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개월 이상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사진을 찍는 법에 집중해보자. 이상적인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찾은 후 등지느러미가 잘 보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양쪽 눈을 다 뜬 채로 사진을 찍는 동시에 다른 공간의 돌고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 오른쪽 눈으로는 뷰파인더를 보고 왼쪽 눈으로는 움직이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지속해서 팔로하며 미약하게나마 행동을 예측하고 움직이는 위치를 좇는 것이다. 초반에는 왼쪽 눈으로 바다와 돌고래의 움직임을 좇는 것은 고사하고 뷰파인더 안에 들어온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면 뷰파인더 속 바다와 왼쪽 눈으로 보는 바다를 계속 비교하고 확인하며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촤라라라라라락.“ 정신을 집중해서 거침없이 연사로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와 행동들을 찍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몇 장이나 찍었을까……. 매일같이 수천 장의 사진들이 쌓여 가는 것을 보면 “언제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다 분석하지?”라는 생각으로 괴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모아 놓은 데이터가 있어 뿌듯하기도 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나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