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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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지난 일인데,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건강이 염려되어 자기 몸에 대한 지식을 알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했던 이는 ‘나이를 먹으며 자기 몸을 점점 더 잘 알게 되면 삶을 더 잘 살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때 아직 이십대 후반이었던 나는 ‘오오, 그런가, 그러니까, 나이를 먹으면 몸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살게 된단 말이지.’ 하고 감탄해 넘겼다.

지금은 나도 오십대 초반에 이르렀고, 이제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그 말을 상기시켜보면, ‘그럴 수는 있지만, 몸 말고도 더 복잡한 사정들이 많으니 꼭 그렇지만은 않고, 오히려 몸에 대한 건강염려증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그리 단순하지는 않아.’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좀 더 번거로운 논증이나 사례를 들어야 하니, 여기서는 그만 말하겠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허약해지면 더 좋아지는 것도 있다. 내 경우에는 뭔가 고민이 생겨서 밤새도록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일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조그마한 일에도 꽤 상처를 받는 성격이라, 그거 고민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다. 조그만 지적에도 억장이 무너져 어찌할 줄 모르고 뜬눈으로 지새우며 어쩌지 하는 심정이어서 하루하루가 고달픈 날들. 그러나 나이를 먹자 그러고 싶어도 몸이 약해지니, 조그만 고민을 해도 잠이 쏟아진다. 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개운해진다. 이거야말로 나이 들어 몸이 허약해져서 생긴 장점이 아니겠나. 그게 내게 좋은지 안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에는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면 단연 잠이 쏟아져 밤새는 일이 없는 것이 편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