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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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자, 나는 돈을 번다든지 철학적 명사가 되려는 기대를 품지 않은 채, 철학 그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 상태가 되어 갔다. 어려운 책 독서에 고통이 없을 리 없지만, 결코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제 단순한 책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몇 가지 무미건조한 사실들을 기계적으로 억지로 집어넣고, 그런 다음 내내 뻔한 논지 전개를 반복하는 책들의 공식은 그 어떤 글보다 더 지루하고 요령부득이 되었다. 자기계발서나 경영서는 책 제목이나 목차, 서문 이상을 읽어보려는 의지를 잃고 말았다. 아마 자기를 변화시키거나, 기업의 운영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 그 주제 자체가 문제는 아닐 거라고 본다(‘자기계발’이나 ‘경영학’이라는 개념과 인식 조건에 대한 발본적 문제 제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내가 보기에 그 책들은 일반인의 감각과 달리 내게는 글쓰기 방식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내게서 멀어졌다. 그런 상태가 되어서인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가간 동아시아 고전 텍스트가 공허하거나 기계적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 있고 재미있게 되었다. 그리스·로마 고전 텍스트 세미나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운 감각들을 동아시아 고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동아시아 고전 텍스트에서 느낀 감각으로 서구 고전 텍스트를 받아들이면, 소화하여 내 안으로 녹일 때, 거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동아시아 사유는 이를테면 이빨이나 위장과도 같다. 어떤 사유가 되었든, 그것을 조근조근 씹어서 내 신체에 잘 소화되도록 하는 소화기관과 같았다. 동아시아적 태도로 서구 사유를 씹어 삼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