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돌고래가 산다고?─두 여성 행동생태학자가 들려주는 돌고래 이야기

풍랑주의보가 내린 어느 여름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저 멀리에서 돌고래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쌍안경으로 보아야만 그나마 돌고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였다. 멀리 지나가는 돌고래 떼 사이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 제 몸길이의 족히 두 배는 될 것 같았다. ‘잘 뛰네’ 감탄하기 무섭게 돌고래는 거듭, 거듭 수면 위로 뛰어오르더니 물살을 흩뿌리며 수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브리칭(breaching)이라는 행동이었다. 저 체력 좋은 녀석은 과연 누구일까 싶어 쌍안경을 내려놓고 망원렌즈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제돌이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루어진 방류 대상이 된 것은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3마리의 남방큰돌고래였다. 야생의 제주 바다에서 우연히 정치망에 잡힌 돌고래들은 불법 거래를 통해서 수족관으로 팔려 갔다. 그리고 4년간 돌고래쇼를 하며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다. 귀여운 외모와 사육사의 지시를 정확히 수행하는 뛰어난 지능, 수미터의 높이를 가뿐하게 뛰어오르는 놀라운 운동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수족관의 인기스타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돌고래들은 야생에서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고, 바다에서 싱싱한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며, 백여 마리의 동료들과 부대끼며 살아오던 동물이었다.

불법으로 돌고래들이 거래되고, 이들의 고향이 제주 바다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리고 서울시, 환경단체, 동물원, 연구자, 법률가 등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돌고래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이 기념비적인 이벤트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수족관에서 사육되던 고래류의 방류는 단순히 바다에 풀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육되던 개체가 바다에서 한 마리 고래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종의 재활 훈련이 함께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존은 물론 방류된 돌고래가 야생 개체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다각도로 판단하게 된다. 만일 방류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게 되면 결국 방류는 취소되고 수족관으로 돌려보내질 수도 있다.

수족관에서 인간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며 냉동 생선을 받아먹고 사방 십여 미터의 수족관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고래는 그 생활에 익숙해진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환경과 달리 일정한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파도나 조류의 흐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먹이를 어디에 가서 먹어야 하는지 기억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물고기를 효율적으로 사냥할 방법이 쓸모없게 된다. 경계해야 할 포식자도 없다. 수십 마리 이상의 다른 돌고래를 기억하며 복잡한 사회적 교류를 할 필요가 없다. 수족관을 함께 사용하는 몇 마리의 돌고래와만 관계를 맺으면 될 뿐이다. 수족관의 다른 돌고래와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고 하더라도 좁은 공간은 충분한 여유 공간을 주지 않는다. 혹여라도 수족관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면 새끼는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다루어 오던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교육이 필요치 않고, 어미가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을 수도 없다.

돌고래가 이러한 환경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활은 단조로워지고 운동량 또한 급격히 줄어든다.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점점 감소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혹여나 질병이라도 얻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방류는 무엇보다도 돌고래가 야생에서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돌고래가 방류되는 곳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기존에 익히고 있는지, 즉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지 또한 방류의 중요한 결정 기준이다. 돌고래는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돌고래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동종의 개체군이 존재하는지도 중요하다. 2013년에 방류된 세 마리의 돌고래는 대체로 4년여의 수족관 생활을 한 한창때의 돌고래들이었다. 너끈한 체력을 보유했고, 청소년기까지 제주 바다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고 있었을 터였다. 또한 제주 바다에는 이들의 가족과 친척, 친구로 구성된 남방큰돌고래가 연중 연안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생존 능력만 담보된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었다.

야생에서 이 돌고래들의 생존 능력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2013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간 방류 훈련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돌고래들은 제주 바다에 점진적으로 다시 익숙해질 터였고, 인간은 이들이 충분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질병의 징후는 없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방류 훈련은 크게 두 과정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차 방류 훈련지인 성산항의 가두리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방파제 안쪽에 설치되었고, 2차 방류 훈련지인 김녕의 가두리는 야생의 남방큰돌고래들이 종종 오가는 해역에 설치되었다.

방류 훈련 기간 동안 가장 중요시했던 부분은 사람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몇 년간 수족관에서 두어 종류의 죽은 먹이만을 받아먹고, 극히 적은 운동량을 유지하며 생활하던 녀석들은 쌩쌩한 활어를 사냥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두리로 오기 전 시험 삼아 수족관에서 제돌이에게 활어를 급여했던 날, 제돌이는 살아 움직이는 고등어를 보고 놀라 멀찌감치 달아나기 바빴다. 그러던 돌고래들은 방류 훈련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살아 있는 물고기 사냥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가두리는 지름 30미터 정도로 수족관보다 다소 넓었고, 깊이도 10미터 이상으로 깊었다. 돌고래들은 달아나는 물고기를 쫓아 사냥해야 했다. 방류 훈련 초기에 돌고래들은 먹이가 될 물고기를 잡을 체력이 충분치 않아 연속되는 사냥을 힘들어 했다. 물고기 한 마리를 따라가 간신히 사냥에 성공하면 30여 초를 쉬고, 다음 한 마리를 사냥한 후 또다시 30여 초 쉬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돌고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뛰어난 사냥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유영 자세를 수시로 바꿔 가며 쉼 없이 연속해서 물고기를 쫓고, 급정거와 급회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심지어 사냥한 물고기를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진로를 막거나 던지고 노는 장난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 먹이로 제공한 것은 살아 있는 고등어와 전갱이였다. 제주도에 풍부하게 서식하는 이 두 종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먹이가 되는 가장 대표적인 어종들이다. 이 중 전갱이는 등지느러미에 부분에 억센 가시가 있는데, 처음 전갱이를 사냥할 때에는 가시 때문에 입안에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입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요령 있게 사냥하는 방법을 익혀 가기도 했다. 전갱이와 고등어를 충분히 잘 사냥하면서부터는 제주도에서 잡히는 수십 종의 활어를 공급했다. 사람이 직접 먹이를 제공하면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돌고래들이 보지 않도록 가림막을 치고 먹이를 한꺼번에 제공했다. 다양한 물고기에 익숙해지면서 돌고래들은 가두리에 들어온 먹이들 중 중 특정 종류의 어종을 먼저 사냥한 후, 다른 어종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먹이에 대한 선호도가 생긴 것이다. 독이 강하지 않은 편인 거북복이 가두리의 그물망 사이로 들어온 적도 있었다. 돌고래들은 복어를 먹지 않았다. 다만 꼬리지느러미를 물고 다니다 흔들어 던지며 놀았다. 세 마리의 돌고래들이 충분히 복어를 가지고 논 후, 연구진은 지느러미가 너덜너덜해졌지만 죽지는 않은 채 빈사 상태에 빠진 복어를 발견했다. 돌고래들은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어종을 구별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변화였다.

돌고래들은 성격도 약간씩 달라 보였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에서도 개체마다 나타나는 특이적인 행동 양식들이 있고, 이를 개성(personality)이라고 한다. 고래류, 영장류, 코끼리, 말, 다양한 조류 등 수많은 동물에서 개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우리가 방류하려는 돌고래들도 그랬다.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접근하고 건드려보는 것은 삼팔이였고, 삼팔이가 노는 방법을 근처에서 보다가 더 요령 좋게 가지고 노는 것은 춘삼이였다. 제돌이는 대체로 춘삼이와 삼팔이가 흥미가 떨어진 물체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편이었다.

가두리에서 방류 훈련을 시작하고 두 달여가 지난 초여름의 어느 날, 태풍과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가두리 그물의 일부가 손상되었다. 바다 상태가 거칠어 주기적으로 보수를 하던 다이버들도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돌고래 몸보다도 작은 틈새로 삼팔이가 탈출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라고도 불리는 돌고래는 바다에서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는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제돌이와 춘삼이가 틈새 주변을 얼쩡거리며 환경을 탐색하다가 가두리 안에서 머무르던 것과는 달리 삼팔이는 틈새를 비집고 가두리를 벗어났다. 가두리 밖을 벗어난 삼팔이는 가두리 안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매우 길고 두꺼운 해초를 등지느러미에 걸고 놀았다. 가두리에서 멀리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가두리 쪽에서 부르는 인간의 요청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삼팔이는 서서히 가두리 주변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다 항 밖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인간들이 탈출한 삼팔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여 머리를 싸매고 있을 동안 삼팔이는 야생의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만났고, 무리에 합류하여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2차 훈련지인 김녕으로 옮겨간 것은 제돌이와 춘삼이 두 마리였다. 이 둘은 바다 한복판에 있는 가두리에서 지내며 온전한 제주 바다에 더욱더 익숙해져 갔다. 먹이로 제공된 물고기 중 먹지 않고 남은 물고기들과, 가두리 그물 틈새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가두리 안에서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남은 두 마리의 돌고래들은 약 한 달가량을 바다 한복판 가두리에서 지내며 파도를 맞고, 그물을 가운데 두고 지나가는 돌고래 무리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7월 18일이 되었다. 가두리 그물이 내려가고 두 돌고래는 그물 안팎을 들락날락하다가 어느 순간 바다로 나아갔다. 한국에서 최초로 쇼돌고래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돌고래 방류 성공은 돌고래가 스스로 생존해 나가는지, 원 개체군과 합류하는지를 파악해야만 판단할 수 있었다. 돌고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하여 신중한 동물이다. 처음 가두리에 돌고래들이 들어왔을 때도, 삼팔이가 탈출한 날에도, 제돌이와 춘삼이가 방류된 날에도 돌고래들은 무턱대고 움직이기보다 시간을 들여 주변 환경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천천히 활동 영역을 넓혀 갔다. 방류 후, 급격하게 살이 빠지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혹 야생의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해도 바로 합류에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온전히 야생의 무리에 합류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무리와 함께 관찰되는지, 얼마나 오래 함께 지내는지, 반복해서 다니는 개체가 있는지, 함께 다니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지켜보며 최종 합류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바다로 돌아간 이 세 마리는 야생의 개체군과 무리를 이루어 다니며 대형을 짜서 물고기를 몰아 사냥을 한다. 때로는 소리를 내고 꼬리로 수면을 때려 동료와 먹이 사냥 신호를 주고받거나, 물고기를 다 먹고 나서도 동료들을 위해 물고기 떼를 잡아 둘 수 있는 수준의 사냥 능력을 갖춘 것이다. 예전에 무서워하던 문어도 던지고 놀며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같이 다니는 동료가 생겼으며,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은 다른 암컷 돌고래들과 함께 육아를 위한 무리를 이루어 다니기도 한다. 4년여의 수족관 생활 때문에 바다로 돌려보내기엔 위험부담이 있다는 초기의 기우도 무색할 만큼 건강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

돌고래 방류는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사람들이 방류 행사장을 방문했고, 수많은 기사가 뉴스를 장식했다. 그러나 방류 전 과정을 통틀어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는 가두리를 돌고래들이 나가던 그때가 아니었다. 거친 파도 사이에서 무리와 함께 이동하던 제돌이가 수차례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오르던 그 순간이었다. 온전히 제 고향에서 야생 돌고래의 삶을 되찾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그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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