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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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다소 편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논리-철학 논고』를 씀으로써 철학의 모든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좀 오만한 말 아닌가, 그런 불만이 있었다. 『논리-철학 논고』는 형식도 버트란드 러셀이 말했듯이 황제의 칙령처럼 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내가 아무리 편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고 언젠가는 그 편견을 뒤집을 기회를 준다. 역사적 철학자에게는, 설혹 그가 과대평가되었을 뿐 유명세에 비추어 보잘것없이 여겨져도, 그 세부를 따져 들어가면 나름의 고유한 논리와 접근 방법이 내재되어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읽는다’는 행위에도 물론 논리와 방법이 따른다. 그것은 바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의 평전과 함께 읽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거창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내겐 틀림없는 진실이다. 왜냐하면 비트겐슈타인 철학이 뿜어내는 진실의 아우라에는 그의 삶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진지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평전으로 먼저 접했다. 처음 읽을 때는 완독하지 못했지만, 『논리-철학 논고』와 『철학적 탐구』를 읽는 내내 평전과 함께했다. 평전 앞에 앉아서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푹 빠져들고, 급기야 암호 같은 그의 책이 이해될 것 같은 느낌을 얻는다면, 당신은 이미 비트겐슈타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셈이 된다. 그러니 그의 남다른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철학자와 압도적으로 다른 그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편이 좋겠다.

비트겐슈타인은 열아홉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맨체스터에서 항공기 개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순수 수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러셀의 『수학의 원리』와 고틀로프 프레게의 『산술학의 원리』를 읽고, “설명할 수 없는, 거의 병적으로 지속된 흥분 속에서” 철학에 관한 책을 쓸 계획에 빠져든다(레이 몽크, 남기창 옮김, 『비트겐슈타인 평전』, 필로소픽, 63쪽). 그뒤, 비트겐슈타인이 러셀 밑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내 흥미를 끈다. 미래의 철학자인 그는 수업이 끝나도 러셀 방으로 쫓아가 끝까지 논쟁하려 했다. 러셀이 남긴 글에서 비트겐슈타인이 “내가 방에 코뿔소가 없다는 것이 확실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옷을 입는 내내 논쟁하려 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교수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거기까지 쫓아와서 억센 독일어 억양으로 수업 시간의 의문을 해소하려 했다. 완고하고 고집 센 학생, 그가 비트겐슈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