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돌고래가 산다고?─두 여성 행동생태학자가 들려주는 돌고래 이야기

매일 같이 돌고래를 찾아다니던 중에 돌고래를 2주가량 못 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렇게 오래 못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며칠 정도는 괜찮다. 제주는 넓고 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는 내 경로와 돌고래의 경로가 엇갈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일주일, 열흘, 이주일쯤 되면 눈앞에 지나갔는데 내가 못 보고 건너뛴 건 아니었을까. 나는 돌고래를 잘 못 찾는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일을 한다고 뛰어든 건 아니었을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당연히 못 만날 수도 있는 거라는 이성적인 생각보다 내 눈이 문제일거라는 자책이 앞서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일 년 내내 서식한다는 남방큰돌고래를 찾는 일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에는 80여 종이 넘는 고래류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 중 40여 종 정도가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이 40종이 넘는 고래들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고래들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일 년 내내 특정 지역에서 발견되는 종은 그 지역에 서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 년에 한두 번 발견되는 종들은 어떨까? 일 년에 1달 동안만 발견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 종이 서식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