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오래전에 마라톤에 한동안 심취한 적이 있다. ‘한동안’이라고 말하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그랬으니까, 간단히 ‘한동안’이라고 말할 그런 취미는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5킬로미터만 달려도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것 같고, 무릎이 꺾이는 고통이 느껴졌다. 병원에 갔더니 무릎이 심각하게 휘었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그날로 달리기를 그만두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별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때를 추억하면 일요일 새벽에 천하 태평하게 달리는 것은 굉장한 기쁨이긴 했다. 대략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땀이 한 바가지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그런 때 주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달린다. 젊은 친구에서부터 할아버지까지. 한번은 옆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던 중년이 있었는데, 그는 핸드폰을 들고 가끔 전화 통화도 하면서 달렸다. 별일이다 싶게 큰 소리로 떠들면서 통화를 했다. 단 몇 분이라도 먼저 달리거나 늦게 달려서 그이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못해 소음에 시달리며 달려야 했다. 이거 참. 아무튼 귀담아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들려오는 소리를 무심코 들으니, 그는 어느 회사 중역인 모양이다. 마음속으로 저건 비즈니스풍으로 달리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했다.

비즈니스풍. 내가 보기에 세상은 이제 모두가 비즈니스맨이 되어버렸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그 순간에도 비즈니스를 해야 할 정도로. 나도 마찬가지고. 긴 세월에 거쳐 이어 온 유유자적한 생활 체계는 우리에게 이제는 깡그리 파괴되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가. 사실 이런 구도는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오라라는 부족은 침입한 영국인들이 가지고 온 홍역으로 죽어갔다. 또 원래 알코올이라는 게 없던 곳에 술이 들어와 원주민들의 몸을 파괴했다. 아마 비즈니스도 우리를 파괴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비즈니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곳에서는 저 비즈니스에 운명을 맡긴 채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하며 살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한순간 그 모든 것을 싹 치우고 이렇게 사시오, 하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면 저 비즈니스풍으로 달리는 어느 중년 아저씨도 어떤 사연들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를테면 내일 당장 부도가 날 만큼 회사 사정이 어려워, 이리저리 돈을 구하다 몸과 마음이라도 추스르려고 저리 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뛰기 전에 이리저리 말해 둔 것이 있으니 전화는 받아야겠고. 아마 그런 정도의 사정이 있는 것이라면 정신건강을 지키면서 비즈니스라는 것에 대처하려는 저 모습은 이해할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