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나는 역시 철학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아무래도 철학책 중심으로 독서를 하게 된다. 서점에 가서 직접 철학책을 고르는 것도 좋아한다. 외국에 출장을 갈 때도 반드시 업무를 보던 건물 근처 서점에 가려고 한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철학책을 들고서 자, 이 녀석을 어떻게 읽어줄까, 하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세상에는 소설이나 시집을 앞에 두고 ‘자, 이 책을 어떻게 읽어줄까’ 하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람도 적잖이 있을 테지만(물론 나도 소설이나 시도 좋아하지만 내 눈앞에 철학책을 갖다 대면…), 내 선택은 대체로 철학책이거나 철학자 평전이거나 철학 주석서가 된다. 그러나 철학책이 아닌 책들 중에 특이점을 지닌 책들이 있다. 그 책이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그 책을 읽지 않고서는 철학에 대한 인식조차 쪼그라들게 하는 문학서들. 예컨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단테의 『신곡』, 조설근의 『홍루몽』,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연암과 루쉰, 카프카의 책들. 이 강렬한 책들을 읽지 않고 어떻게 철학을 한단 말인가. (물론 나는 그런 책일 거라고 생각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았다. 그걸 알아도 읽을 수 없는 사정들이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개중에 단테의 『신곡』은 내게 특별한 책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이 연재 8편), 대학교 4학년 때 어느 선배에게서 『자본론』을 배운 적이 있다. 그 형은 굉장히 특이한 음성으로 거의 모든 문장을 입으로 읊으면서 단락마다 설명을 해주는 분이었다. 버스 안에서도 내가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책을 좍 펼쳐서 다시 그 특이한 음성으로 강독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강독을 이어 가는 모습은 내겐 정말 새로운 정신 세계였다. 그때는 마르크스의 글이 너무 어려워 대부분 이해도 못하고 지나간 것 같다. 단지 그 형의 음성만 내 귀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가끔 『자본론』 책을 집어 들면 그 형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그 형 목소리와 함께 딱 한 문장은 매우 강력하게 내 가슴에 남아 있다. 그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 문구, 바로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자본론 1-상』, 비봉출판사, 2015, 8쪽)이다. 이 문구는 강한 정언명령 같아서, 그 문구가 주는 기운이 내 가슴을 꽉 채우면서 내 의지를 북돋았다. 그 문구는 바로 단테의 『신곡』에 나온 문구를 인용한 것이었다. 단테, 그는 19세기의 혁명가에게도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