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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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신비한 체험이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나는 이 책들도 그러하긴 한데, 약간은 다른 체험이다), 이것을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은 삶의 여러 면에서 아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종교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철학을 공부하며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뭔가 우주적인 존재와 접선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몸과 정신이 조금은 신성해진다고 할 수도 있다. 두꺼운 철학책을 한참 읽다가 고개를 들면, “도대체 내가 왜 이 시간에 이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하고 상당히 허무한 질문을 내게 던지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저자인 철학자가 이야기한 그 핵심에 들어가서 그의 열광을 나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 허무한 질문도 곧 넘어가버리는데, 그게 심해지면, 그 책을 읽자마자 ‘자, 이제 다음 책에서 더 강력하게 읽어보자’고 다음 읽기에 의욕이 불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 생각을 해본다. 혹시 우리에게는 정신 그 자체에 정신이 나가는 극한을 한번 가보겠다는 욕망, 그리고 항공 사진처럼 정신의 하늘 끝에 올라 중력을 넘어서는 체험을 기어코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인가. 물론 유물론자의 생각이라면 이런 고유의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테지만, 정신의 언어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런 욕망이 있는 듯이 여겨지니까….

그런데 이런 느낌을 얻게 하는 또 다른 장르가 생겼다. 바로 재즈이다. 차를 운전하고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는 늘 한 손에는 철학책을 들고 다른 손에는 볼펜을 들어서 줄을 그으며 갔다. 그러나 차를 직접 몰아가게 되니, 정말 무료하기도 해서 라디오를 듣거나, 늘 유튜브를 찾아 옛날에 즐겨 듣던 록 음악을 틀어서 가곤 했다. 그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서 아침에 차에 타기 전에 오늘 들을 음악을 미리 찾아 놓고는 기대에 차 운전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뭔가 들으려고 했던 음악이 있었는데, 조작이 잘못되었는지 우연히 다른 음악을 틀었다. 이미 운전하고 가던 길이라 그대로 들어보자고 하며 놔두었는데, 글쎄 이게 완전히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가던 출근길을 멈췄다. 라디오였는지, 유튜브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애써 찾아보니, 그것은 어느 퀸텟의 재즈 연주였다. 묵직한 피리의 즉흥적인 유희, 찢어질 듯 파고드는 나팔의 괴성, 점점 고조되다 마침내 작렬하는 북소리. 소리 자체가 아주 기이했는데도 가슴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였다. 그날 내게 우연히 다가온 음악은 ‘아트 블래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모아닝>(Moanin’)과 <튀니지의 밤>(A Night In Tunisia)이었다.

그날 이후로 음악을 들을 일이 생기면 무조건 재즈를 들었다. 고교, 대학 시절만 해도 나는 록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나 2000년대 30대가 되고 나서 음악을 찾지 않았다. 회사일과 가족 일에 정신이 나가 있어서 그런 호사를 누릴 시간이 없었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그 당시에는 록조차 귀여운 음악처럼 되어서인지, 어쩐지 내가 좋아했던 그 음악이 아니기도 했다. 70년대에 대마초 파동으로 록 음악이 저 뒤편에서 마니아들에게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되고, 이후 대학가요제라는 장 안에서 좀 온순하고 합법화된 채 순화되어 갔다.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움과 모험심은 그때부터 사라져버린 거 아닌가 싶다. 귀여운 음악이거나, 퇴행된 감정만 읊조리는. 아마 내가 록에 열광하던 80, 90년대가 록의 아름다움이 극치에 다다르고 곧 사라져간 시점이었던 같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대중 글쓰기도 그런 것 같다. 중학생도 이해되는 글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이어야 하며, 분량은 짧아야 한다는 감각이 아주 견고하다. 대중 글쓰기도 엔터테인먼트사 차려서 양성하면 될 것 같다. 아마 돈만 있으면 사업해도 될 것이다. 대형 채널에 공급하는 작가 전속 회사라는 모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