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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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류 철학에서 거장 철학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책을 모두 읽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칸트나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들의 책 말이다. 더군다나 당시만 해도 내가 철학적인 글을 쓰며 사는 사람이 된다는 의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게 그 책들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철학사의 거장들을 모두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내게 칸트와 하이데거를 읽어보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있었다. 사람들은 왜 유독 칸트와 하이데거에 그토록 신경을 쓸까. 이따금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걸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설령 그들을 읽었다고 쳐도 그것 때문에 세계 철학사가 바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내 인생사가 달라질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도 생각은 똑같다. 참된 철학자는 어느 거장 철학자의 저서를 읽느냐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많다. 내가 생각할 때, 공부로서 철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닻을 내린 철학이 무엇이든, 그곳에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실감이다. 좀 이상한 이야기인데, 내가 볼 때 철학의 바다는 광대한데, 그렇다고 소금기가 없는 바닷물은 없다. 어느 바다에 닻을 내리든, 그곳 심연으로 들어가면 어느 곳이나 바다의 광대한 자원이 들어 있듯, 어느 철학으로부터 시작하든, 그곳엔 철학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일부의 광경으로부터 전체 바다의 물줄기를 깨달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