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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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글쓰기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같이 공부하는 프로그램에서 매년 똑같은 주제로 한 편씩 쓰도록 했기 때문에 무조건 써야 하는 글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게는 매우 중요한 글들이었다. 내가 어쨌든 글쓰는 삶을 살게 하는 계기를 이룬 글들이니까. 주제는 항상 “나는 왜 글을 쓰는가?”였다. 그 글들 중 어느 글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늘 낯설다. 내 밖을 걸어 나간 나들. 글쓰기에 관심을 두기 훨씬 전에 이와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긴 하다. 나는 고향이 제주라서 젊은 시절에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갔다. 여전히 가족과 친구들이 그곳에 있었고, 지금 아내가 된 여자친구도 제주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주 공항에 다가갈 때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풍광이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사오십 분 남짓 졸다가 창밖을 보면 제주 땅이 펼쳐진다. 착륙 시간이 아침 일찍이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갓 떠오른 해가 빛날 때도 있다. 그러나 땅은 어쩐지 일그러진 내 의식 아래를 보는 느낌이다. 그걸 상징하듯 땅에는 비행기 그림자가 우리를 따라온다. 무의식이 의식을 따라오듯. 이때 드러난 땅은 내가 20년 넘게 살던 그 고향 땅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내가 떠나온 곳을 늘 나 자신 그 자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모습은 도무지 내가 알던 그 내 모습이 아니다. 이때 노골적으로 드러난 본래적인 나는 어떻게 표현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