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나는 밤과 낮을 겪을 때마다, 세계는 밤의 상황과 낮의 상황이 있고, 항상 어딘가에는 두 상황 사이에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 경계선이 계속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세계를 돌게 되는데, 그때마다 지구는 이 경계선을 중심에 두고 두 쪽으로 나뉜다. 어찌 보면 지구는 늘 어떤 경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경계를 다루는 철학자들은 다양하게 있다. 나는 그중 제일 앞에 마르크스를 써 놓고 싶다. 지금은 아주 오래전 폭우 때문에 암초에 부딪혀 방치된 쓸쓸한 화물선처럼 보이지만, 내 정신사에서 마르크스는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누군가는 내가 80년대 끝자락 학번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겠지만, 내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 내가 들어간 대학에서 학생운동은 그리 번성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만약 4·3이니 5·18이니 6·10이니 하는 행사가 없었다면, 그곳이 그저 청춘남녀들의 놀이터라고 해도 나는 어쩌면 동의했을지도 모른다. 행사 때가 되어서야 나는 ‘운동’ 비슷한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이꽃 저꽃 돌아다니는 흰나비가 자기가 뭘 찾는지 모르게 되는 것 같이, 대학 생활 동안 나는 뭘 찾는지 잘 모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