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이러저러한 책들을 읽고, 세미나를 하다 보니까 한동안 철학에 푹 빠져서 지냈다. 인문학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주위에 있어도 그 무렵은 누구나 강신주거나, 뜬금없이 스티브 잡스였다. 그런데 나는 철학 개념 그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했다. 뭔가 젠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를 못 느끼고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어졌다. 심지어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었고,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 저녁 늦게까지 고군분투를 하던 때라서 사람들을 사적으로 만나는 시간도 극도로 적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평일 저녁이나 토요일에는 다소 개인적인 공간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그게 마치 밀실에서 혼자 명상을 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 혼자 읽고, ‘아, 이거 굉장하군. 어찌 이런 생각까지….’라고 혼자 감탄했다. 이에 관해서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시절에는 철학책이라면 번역이 좀 나빠도 저절로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원전을 중심으로 읽되, 그 원전을 설명하는 자료들, 예컨대 한글로 된 논문들과 소개글들을 마구 찾아서 읽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철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므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논문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과정이 내게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뭐든 읽으면 마음에 쌓여 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지식 컬렉션이 결국 나의 철학적 자산이 되는 중이었을 거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나만의 지식 컬렉션, 이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곧 공부이기도 한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어떤 철학이 내게 좋은 것인지, 내가 어떤 색깔의 철학을 원하는 것인지 알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