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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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방구석에서 글을 쓰다가도,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어서 망연자실 멍하니 벽을 보는 때가 많다. 50대 중반이 되면 우울해진다고 하던데, 이게 그런 건가 싶다. 젊은 시절 나는 다소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하는 일도 냉정하게 숫자를 보고 실적을 따지는 일이고,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거래 실적이 나오는 업이라, 대상이 분명하지 않으면 믿지 못하고 거리를 두었다. 상대가 분명하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할라치면, 나는 곧 공격적으로 변해서 마치 목숨 걸고 침을 쏘는 벌처럼 전력을 다해 상대를 몰아세웠다.

그러다 철학이란 것을 읽으면서 어쩐지 태도가 많이 변했다. 철학, 이 동네는 매사 전개하는 과정 자체가 우회로를 좋아하는 것 같고, 심지어 결과도 늘 분명하지 않아서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게 회사 밖에서는 우회로를 15년 가까이 배우고, 회사 안에서는 여전히 지름길을 냉정하게 따지는 생활이 계속되어 왔다. 아마, 이게 어쩌면 정신분열 같은 상태로 산다는 그런 것일 텐데…. 그러니까, 철학의 편에서 서 있으면서 저들에게 속한 상태. 이항 대립의 요소 여기와 저기에 동시에 속한 느낌. 아무튼 그걸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는 상관없이, 그런 상태는 나를 더 냉소적인 사실주의자로 만든 경향도 있다. 그래서 SNS 보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정체성의 혼란도 가끔 오지만, 지금처럼 우울증 비슷한 망연자실의 상태가 오는 때도 있다. 이쯤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러니까 철학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것도 모두 손을 떼고 다시 환락으로 빠질 수 있겠다는 불안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