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 강민혁

이 글을 사흘 후 멤버십으로 전환됩니다.

이번에는 성당과 성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러 글에서 밝혔지만, 나는 집안 대대로 카톨릭 신자들인 집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다닐 때까지도 매주 빠짐없이 성당에 갔고, 심지어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되면 새벽 미사에도 빠짐없이 다녔다. 나는 성당 예식이나 성서에 나온 에피소드들이 아주 많이 익숙한 사람이다. 밥상머리에서 할아버지에게 늘 성서에 나온 에피소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성당이라는 곳이 나는 전부터 좀 별로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가라고 해서, 혹은 끌고 가서 갔지, 내 마음에 따라서는 절대 가지 않을 곳이다. 그리 편안하게 생각했던 장소는 아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파란 눈의 외국인 신부님께 할아버지가 “바드리시오(나의 성당 본명)는 커서 신부님이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하셔서, 나는 깜짝 놀라 성당에 무릎 꿇고 하느님께 절대 신부님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아무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게 되자, 일요일이면 “아아, 내가 이제 성당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며 게으르게 일요일을 지내게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는 것을 편안하게 여겼으니, 하늘로 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참 미안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보면 내가 성서와 교회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것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다루고 있는 철학적 사유들에 비추어보면 그것들에 적대적인 사고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생애 30년 가까운 세월을 다녔던 성당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서구식 종교는 나중에 내 철학에 독특한 초월론적 사유로 자라나 꽃을 피울 토양에 퇴비를 준 건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어린 시절의 성당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사랑은 무의식에 꽁꽁 숨겨져 있었다. 조금은 유복한 집에서 자랐던 나는, 여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새가 하늘의 공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다가 마흔 중반이 넘어섰을 무렵 내가 아니라 아내가 성당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자, 아래층에 살던 교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덜컥 성당에 다니게 되었는데, 성당 공동체 사람들과 친해져버린 것이다. 나도 드문드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교구에서 성서 시험 대회를 하는데, 내 동의도 받지 않고 내 이름으로 등록하고 말았다. 시험 범위는 ‘시서와 지혜서’ 부분으로 알려진 「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였다. 아내에게 가볍게 항의하긴 했지만, 철학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이번에 2~300페이지 되는 이 부분이라도 즐겁게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은 철학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