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내가 공부하던 감이당에서 3년간 대중지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다. 매년 첫 학기에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나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그 주제로 글을 써서 세 편의 에세이를 남겼다. 아마 내가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쓴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80년대 끄트머리에 학교를 다니던 세대의 사람이어선지 나는 철학이든 문학이든 또 일상이든 정치든 다소 그 시대를 닮아야 한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글에 전투와 반란의 구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통념을 서술하고 그것을 깨는 통찰을 찾아가는 구도는 내게 당연히 굳어진 듯도 하다. 그러나 그런 복잡하고 무거운 의식 뒤편에는 자유롭고 즐거운 것에 대한 욕망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뭐든 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는 쾌락주의적인 시각도 늘 존재한다. 내가 쓴 글을 지금 바라보면 늘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