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생의 철학공부, 공부철학

글: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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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의 시 중에 ‘사랑은 뿌리여서 파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뿌리가 번지고 번져서 파낼 수 없게 되어서/다시 되묻는다’라고 이어진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아니어서, 그만큼 스릴 넘치지는 않지만, 나도 예전에 제주도 처가에서 땅속에 박힌 고사리 줄기를 파내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사실 고사리는 파지 않는다. 고사리는 꺾어야 한다. 나는 고사리인지 잡풀인지 전혀 분간하지 못하고 끝이 아기 손가락처럼 꼬불꼬불한 것만 보고 막 꺾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풀을 잡아 꺾으려고 머리통을 비틀었는데, 이놈이 끄떡없는 것이다. 고사리가 아닌 걸 알아챘어야 하는데, 무식한 나는 기어코 빼내겠다고 있는 힘껏 당겼다. 아뿔싸, 흙덩이가 솟구치면서 내 머리며, 가슴에 한가득 쏟아졌다. 그래도 힘을 주어 뽑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밖으로 뜯어낼 수 없었다. 이 잡풀의 뿌리는 땅속에 단단히 묻혀 있었을 뿐 아니라, 옆에 있는 잡풀과 고사리 뿌리들과 서로 엉겨 있어서 도무지 이놈의 뿌리인지, 저놈의 뿌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나는 이놈 뿌리만 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산 전체의 뿌리와 상대하고 있었다.